일상사

2019년을 마무리 하는 오키나와 여행 (12/25~1/3) -둘째날-

진탱 - 2019. 12. 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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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172 키로미터 주행한 거 실화냐 (허리 : 살려줘...)

어제부터 오키나와에서 운전 할 생각에 잠을 설쳤다. 설레서? 아니. 너무 무서워서!! 한국에서 운전한지도 이제 1달 되어가는데 길도 모르는 해외에서, 그것도 주행 방향 반대 (깜빡이랑 와이퍼도 반대 ^^), 주행거리는 최소 편도 50키로였기 때문이다. 너무 긴장하고 자서 그런지 알람 보다 더 눈이 일찍 떠졌고 몸은 몸대로 피곤했다.

미에바시의 이치긴 식당으로 아침 밥을 먹으러 갔다. 후루지마는 조용하고 살기 좋을 것 같은 동네지만 24시간 식당이 없는 점이 아쉬웠다. 정식 세트를 호다닥 다 먹고 렌터카 빌리는 티 갤러리아까지 걸어갔다. 날이 좋다 못해 더웠다. 너무 더워서 반바지를 살까 말까 고민까지 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더위는 반갑기만 했다. 날씨가 사람을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할 수도 있고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진짜 겨울에 따뜻한 나라 놀러가기 완전 추천.

렌터카 빌리는 곳을 찾는게 어려웠다. 차를 빌리러 가는 과정이 어려워서 운전 어떻게하지 하는 걱정도 다 날아갔다. 빨리 빌리고 싶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ㅋㅋㅋ) 입구를 못 찾고 근처에서 사색이 되서 헤메고 있으니 렌터카 직원분이 어디 가시냐고 도와주셨다ㅠㅠㅠㅠ 정말 너무 감사했고 천사인 줄. 렌터카는 내가 생각 한 창고형이 아닌, 백화점 건물 2층에서 접수를 하고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받아 출발하는 형식이었다.

다행히 한국에서 타던 차랑 비슷한 형태인 4인승 차였다! 스마트폰 거치대가 왜 그렇게 고정이 안 되던지. 달리는 차에서 떨어지고 다시 고정하고 너무 진땀을 뺐다. 솔직히 엄청 무서웠다. 역주행하고 사고라도 내면 어떻게 하나, 수리비 몇천만원 깨지면 돈은 어떻게 해야 하나. 건물에서 나가는 것도 한참 걸렸다. 길도 신나게 헤멨고 설상가상으로 차량 네비게이션은 조작이 어려웠다 ㅠ0ㅠ

무슨 정신으로 고속도로를 달렸는지 모르겠다. ETC(일본의 하이패스) 설치도 안 된 차 인데 하이패스 길로 들어갔을 때의 심정이란... 정말. 왜 내가 차를 렌트했을까 후회 뿐이었다. 경치는 너무 예뻤지만 아름다운 지옥길 같았다.

육성으로 나는 왼쪽을 외치며 (이렇게라도 안 하면 진짜 역주행 할 것 같았다) 우여곡절 끝에 만자모에 도착했다. 만자모는 완전 땡볕이라 한 여름 그 자체였다. 그래도 도착했다는 사실에 너무 너무 기뻐서 차랑 서로 격려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 곳의 아름다운 경치는 뒷 전이었다. 내가 스스로 운전해서 만자모에 왔다는게 제일 중요하고 너무 감격 스러웠기 때문에..ㅋㅋㅋ 이 쯤 되면 차를 도구로 사용한게 아니라 지옥의 자동차 운전 연수 하러 오키나와에 온게 아닐까.

원래 일정 이라면 만자모를 다 돌고 해양박공원에 가서 플라네타리움을 봐야 했다. 하지만 오키나와 인기 no.1 관광지인 츄라우미수족관이 있는 곳. 사람과 차가 득실거릴 그 곳에 내가 그 곳에 주차할 수 있을까? 아니오, 절대 불가능. 플라네타리움은 포기하고 바로 코우리 대교로 가게 됐다.

코우리대교는 만자모에서 40키로는 더 떨어진 곳이다. 그러면 일단 편도로 최소 70키로는 넘게 달리는거고... 엄마가 운전할 땐 다시 돌아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게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반대운전을 하고 스스로 코우리대교를 가보겠어. 파란 하늘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그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보겠다는 마음에 코우리 대교로 향했다.

코우리 대교 풍경은 솔직히 눈에 잘 안 들어왔다. 서툰 운전 때문에 뒤따라 오는 차들이 너무 신경쓰였기에...ㅋㅋㅋㅋㅋ 하지만 코우리 섬의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는 충분히 마음을 치유해 주었다. 신기하게 바닷물도 따뜻하고 깨끗했다. 겨울바다인데 신나게 노는 아이들도 있었다. 모든 풍경이 평화롭고 행복했다. 하지만 슬슬 피로해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오니 운전만 내리 3-4시간? 정도 한 상태가 됐기 때문인데 졸음운전=지옥행 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다시 무서워 지기 시작했다. 코우리 섬에서 나오기 전에 블루씰 자색고구마 아이스크림과 아아메를 먹길 너무 잘 했다. 아마 오늘 한 최고의 선택이지 않았을까.

다행히 가는 길은 대체적으로 어렵지 않았지만 중간에 비가 내린 점 (해양성 기후로 인한 스콜ㅠㅠㅠㅠ 진짜 무섭게 내렸다. 참고로 빗길운전은 처음이었다.) 비 때문에 막힌 도심길은 공포 그 자체였다. 초보운전 살려ㅠㅠㅠㅠ 호텔에 다 도착해서 이제 끝인가! 했는데 그 마저도 길을 잘 못 들어가서 헤메고 말았다. 겨우 겨우 호텔 주차장에 도착! 했나 싶었는데 호텔 주차장은 구조상 후면주차만 가능 한 상태였다. 한국에서 1번도 혼자 성공한 적 없는 후면주차를 여기서 하다니. 물론 시간은 오래 걸렸다. 심지어 범퍼가 벽에 살짝 닿기도 했다(기스가 안 나서 다행)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성공했지? 너무 신기하다.


(고마운 렌터카)

운전이 끝나고 나니 피로가 급 몰려왔다. 살짝 감기 기운도 있는 것 같아 후다닥 씻고 저녁을 먹었다. 좋은 경치 보다 더 기억에 남은 건 운전 이지만..ㅋㅋㅋㅋ 스스로 해냈다는게 믿기지 않고 해냈다는 뿌듯함이 굉장하다. 오늘은 북부, 내일은 남부로 간다. 거리가 길지는 않지만 주차장이 제발 잘 되있길 바란다. (잘 안 되있으면 차에서 한번 못 내리고 드라이브만 하게 될 것😱)

뒤늦게서야 알게 됐는데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고.. 주행을 하고 있었다. 계속 차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뭔가 타는 냄새가 나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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