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

2019년을 마무리 하는 오키나와 여행 (12/25~1/3) -셋째날-

진탱 - 2019. 12. 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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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하루가 다 지나지 않았는데 지옥의 운전연수가 미화되는 중이다. 오늘은 정말 좋은 하루였다. 밤새 비오고 가을 날씨 같아진 덕분에 더 자연을 즐기기 좋았던 것 같다!

(코스 : 치넨미사키공원 > 세화우타키 > 아자마 선선비치 > 니라이 카나이 대교 드라이브 > 평화기념공원 > 시라유리기념탑 > 니라이 카나이 대교 또 드라이브 > 오모로마치)

(치넨미사키공원 최고복지 : 고양이님)

 

 

 

어제 많이 운전했다고 오늘은 한결 수월했다. 긴장감 넘치는 인터체인지 및 고속도로를 안 타도 된고, 거리도 어제에 비해 짧았다. 매도 빨리 맞는게 낮다고 어려운 코스를 첫 운전 날로 잡길 잘 한 것 같다.

지금 머무는 숙소에서 오키나와 남쪽이 가깝다. 그래서 치넨미사키공원은 차로 한 3,40분? 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구글맵과 네비 둘 다 사용해서 드라이브를 했다. 구글맵이 장소 결과가 잘 나와서 구글맵을 중심으로 보고 따라가려 했는데(틀어놓긴 둘 다 틀어놓음) 너무 고난이도 지름길만 알려줘서 별의 골목길과 오르막길을 다 지난 것 같다. 굳이 내가 그 길을 갔어야 했을까ㅠㅠㅠ 조금 시간 걸리더라도 네비 따라가기로 했고 치넨미사키공원에 도착했다. (첫 산길 드라이브를 오키나와에서 했습니다.)



 

사진에는 치넨미사키공원의 멋짐이 다 담기지 않아ㅠㅠㅠㅠ 관광객들 후기 읽어보니 별게 없어서 10분만에 나왔다. 라는 글을 봤다.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무료 입장할 수 있는 곳이니 뻔하겠거니 했는데 주차장 부터 보이는 멋진 절경을 보고 절로 감탄이 나왔다. 맞아, 오키나와 여행을 하며 자연에 압도되고 싶었지! 의자에 앉아 한참 바다를 바라보았다. 2019년이 다 바다에 가라앉히는 기분이 들었고 마음이 차분해지는게 느껴졌다.

공원 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다. 이시가키 섬에 고양이가 많단 이야기를 듣고 사료를 챙겼는데 이 아이한테 먼저 줘버렸다. 얼마나 붙임성이 좋고 궁디팡팡을 좋아하던지. 이 아이랑 노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사람 손길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져 발라당을 하더니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그릉 대는 아이였다ㅋㅋㅋㅋㅋ 내가 한국어로 주접을 떨고 있으니 지나가던 한국인이 한국인이세요? 하고 물었다....ㅋㅋㅋㅋㅋ

 

왜 치넨미사키 공원에 아무것도 없단 말이 나왔을까. 그 파란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 기분좋은 바람에 푸른 풀밭까지 여기서 하늘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잘 갈 것 같았다. 누워서 하늘 보다가 낮잠 잤으면 꿀잠 잤을 것이다. (운전초보는 다음 날도 이어지는 운전 걱정 때문에 걱정되서 밤잠 설침) 치넨미사키 공원에서 3,40분 정도는 있었던 것 같다. 마음이 뻥 뚫리고 차분해 지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치넨미사키공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세화우타키로 향했다. 표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2장을 사기도 했지만 풀과 큰 나무로 둘러쌓인 곳에 가고 싶다는 바람도 세화우타키에서 이룰 수 있었다.

 

세화우타키 가기 전에는 설명 영상을 봤다.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류큐 신화에도 여신이 나왔다.(그것도 리더격으로)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너무 좋아서. 남신은 부동산 사기나 당하고 말이야(단군) 세화우타키는 류큐시대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성스러운 곳 이라고 했다. 그런데 2차세계대전을 치뤘던 곳이기도 했다. 신이 얼마나 노했을까.

 

이 곳의 뒷편 바위에서 제사를 지냈는데, 전쟁 때문에 바위가 무너져서ㅠㅠㅠㅠ 바닷가가 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평화기념공원까지는 40키로미터 정도 운전을 해야 하는데 그 전에 식사를 하려고 소바집으로 들어갔다. 간이 가게 같은, 진짜 일본 로컬 가게 같은 곳이었다. 목감기 기운이 있어서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었는데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살짝 졸려질 것 같아 잠을 깨기 위해 커피도 마셨는데 허기도 채우고 잠도 쫓는 딱 좋은 메뉴였던 것 같다. 나는 여행지에 오면 그 동네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거나, 현지 분위기가 잘 녹아있는 가게를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마 오늘이 아니었다면 다시 가기도 힘들 가게였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한국에 놀러와서 행주산성을 가고 근처 털레기를 먹을 때 이런 기분일까🤔)

 

아자마 선선비치는 금새 도착했다! 차로 5분? 걸린 것 같았다. 겨울엔 해양 스포츠를 못 해서 비수기라고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닼 관광객은 커녕 사람자체가 없었으니까. 바다 전체를 전세 낸 기분이라 너무 자유롭고 즐거웠지만 이 동네의 경제 상황이 걱정됐다. 유령도시 되면 안 되는데.

바닷가에 발도 담그고 싶어서 수건을 가지고 갔는데 물이 빠르게 차오르고 있어서 발을 담그며 조금 무서웠다ㅋㅋㅋ 넘어지기라도 해서 폰을 바닷물에 빠트릴까봐. 다행히 그럴 일은 없었지만. 바닷물에 발을 적시고 노니까 머릿속까지 시원하게 개운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물놀이는 사람을 진심으로 즐겁게 만든단 말이지.

 

길이 어렵지 않아 평화기념공원에 금방 도착했다. 사실 이 곳에 온 이유는 저녁 노을을 다시 보고 싶어서였는데 낮이라서 노을을 볼 수는 없었다. 대신 한적한 공원을 즐겼다. 아무 것도 안 하고 바다만 봐도 재미있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마음이 편했다. 근처 사는 가족들인지 자녀를 데리고 나온 가족도 몇몇 보였다. 그 중에 어떤 아이는 자전거를 탓는데 일본 차 주행 방향이랑 똑같이 자전거를 운전해서 너무 신기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었던 걸 수도 있지만..ㅋㅋㅋㅋ 이런게 문화 차이구나 싶기도 하고.

평화기념공원에도 고양이들이 살았다. 누가 밥을 챙겨주는 모양이었는데 다들 스트리트 출신이라 그런가 먹성이 좋았다. 그 중에서도 자기 몫 제일 못 챙기고 밥 못 먹는 아이가 있었는데 이 아이를 특히 챙겼다. 하지만 밥그릇 싸움이 약한지 다른 센 아이들한테 밀리고 말았다ㅠㅠㅠ (털결 좋은 까만 고양이이다) 그냥 여기서 사료 다 주자 싶어 사료로 내 쪽으로 유인하니 신기하게도 고양이들이 나를 너무 잘 쫓아와 주었다. 만져도 가만히 있고 4마리 고양이들한테 둘러쌓여 행복을 느꼈다고 합니다.

 

히메유리기념탑(?) 은 마음이 아파서 사진을 많이 안 찍었다. 학도병으로 강제 지원되서 죽은 사람들을 기리는 곳이라고 했다. 잠깐 바깥의 화원을 둘러보고 니라이 카나이 대교를 안 갔던 것 같아 길을 되돌아 니라이 카나이 전망대로 가려고 했다.

길을 달려보니 이미 니라이카나이 대교는 신나게 달렸고 (왔다, 갔다 두번이나 달렸다.) 전망대는 너무 가파른 길에 있어서 돌아오질 못 할 것 같았다. 차를 빼고 가려는데 또 뒤에서 차가 오고 앞에서 차가와서..ㅋㅋㅋㅋㅋ 위기인가 싶었는데 겨우겨우 고갯길 탈출했다. 이제 한국에 가면 고갯길 운전 할 수 있을 것 같다..ㅋㅋㅋㅋ

주유소 직원분의 도움을 받아 죽음의 후진주차를 하고 주유를 만땅으로 채우고 (3칸? 밖에 안 줄었는데 3000엔이 넘었다. 비싸ㅠㅠㅠ) 차를 반납했다. 다행히 기스 난 곳이 없었다고 한다!! 차를 반납하니 내 업보를 다 갚은 것 같은 후련함과 이제 일본 운전이 마지막이라는 섭섭함이 들었다.

이시가키 섬에서는 바이크를 타려 했는데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와서 취소...한 바람에 아마 이게 마지막일 것. 2일 동안 250키로터 정도 주행해내고, 하고 싶었던 오키나와 운전하며 여행하기, 그 전에 장롱면허 탈출, 반대운전 도전하기, 주차하기 등 스스로가 세운 목표의 결과를 직접 몸으로, 눈으로 느낄 수 있었던게 너무 감격스러웠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내 가능성과 열정을 확인하며 자신감이 생겼다😄 사실 이틀동안 오키나와에서 운전 하며 여행한게 믿기지가 않아. 정말 내가 너무 대단하고 멋있다 ^ㅠ^

오늘은 오키나와에서 처음으로 3식을 다 먹은 날 이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약도 먹으니 감기기운이 날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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