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

2019년을 마무리 하는 오키나와 여행 (12/25~1/3) -넷째날-

진탱 - 2019. 12. 2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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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생각 없이 숲 속에서 댐을 보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호텔에서 걸어서 편도 1시간 거리에 있는 킨죠댐에 갔다.

원래 계획에 없는 곳이었는데 렌터카를 반납하러 가는 길에 보고 너무 멋있었기 때문에 일정이 비교적 널널한 4일째 되는 날에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2,3일차가 렌터카를 타고 돌아다녔지만 원래 나는 걸어서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걸어 다니면서 여행을 하면 그 동네를 더 잘 알 수도 있고 마음에 드는 풍경을 서서 좀 도 오래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의 기와는 한국 전통 건물 기와랑 비슷해서 나하랑 강릉과 같은 오래된 동네랑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겨울에 오키나와에 오길 잘 했다. 해양스포츠가 목적이 아니라 숲에가고, 바다를 보고 맑은 하늘을 조용한 곳에서 보는게 목적이었으니까 비수기라서 사람이 적는 점도 아주 마음에 든다. 관광객은 커녕 현지인도 없는 곳 만 골라다니고 있다..ㅋㅋㅋㅋ

차로 한번 달렸던 곳이라 찾아가기 쉬웠다. 댐에 가까워 질 수록 울창한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12월 말에 녹음이 가득한 산을 보는 것도 좋은데 산 정상에 야자수가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왠지 신성하고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국의 이파리가 넓은 나무들도 신기하지만 그 나무들이 산 정상까지 빽빽하게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말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숲 풍경을 오키나와에서는 볼 수 있구나. 도심에서 벗어나면 대자연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서울도 자연과 도시가 섞여있긴 하지만 좀 덜 무서운 자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일본 산은 압도적인 점이 있어서 좀 무섭기도 하다.

참고로 일본은 어제부터 9일 연휴가 시작됐다.(연말~설날) 연휴가 시작되서 안 연 가게들도 보이고, 해넘이 소바를 파는 가게들도 많이 보였다. 느긋한 동네 분위기가 따뜻한 날씨랑 잘 어울렸다. 느긋한 동네에 있으면 마음도 같이 여유로워 지는 것 같다. 차를 몰았을 때는 온갖 걱정이 됐는데 이제는 렌터카 몰기 라는 업보도 없으니까ㅋㅋㅋㅋㅋ 여유로운 마을 분위기를 즐기며 기분도 여유로워졌다! 어디 있느냐에 따라 내 상태가 달라지는 걸 느낄 때 마다 여행은 돈을 버리는게 아니라 날 위한 치료이나 평소에 눌러있는 자아가 자유로워 지는 때 라고 생각한다.

압도적으로 커다란 댐이 너무 멋있었다. 물도 깨끗한지 물고기들도 많이 보였다. 시간이 흐르며 댐 벽이 풍화된 흔적도 너무 좋았고 주위를 돌아보면 숲이 푸르게 펼쳐져 있고 저수지도 잔잔하게 흘러서 너무 좋았다. 신난 나머지 흐느는 시냇가에 발을 담갔다. 또 머릿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한 5분 정도 발을 물에 담갔는데 한참동안 발 부분만 개운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자연속에서 물을 보면 손이던 발이던 담가지고 싶어진다. 내가 그 곳에 있는걸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


그냥 이런 식으로 풀밭에 있는 것도 정말 좋았다. 마지막날 다시 오늘과 같은 호텔에 머무는데 여유가 되면 그 때 또 오고 싶다.

이번 여행은 어딜 가던 고양이들을 만났다. 킨죠댐에서도 까만 냥이를 만났는데 이 아이도 사람을 잘 따랐다. 만지니까 더 만져달라고 다가오고, 나뭇가지로 놀아주니 신나서 발톱을 세우며 놀았다. 혼자 여행을 왔지만 이런 네발달린 친구들 덕분에 혼자가 아닌 것 같다. 이 아이를 보고 더 숲의 안 쪽으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세상에. 공동묘지가 있었다. 묘지가 100개 이상 되는 것 같았다. (박물관의 역사를 보니 댐이 생기기 전 부터 묘지가 있었다.) 묘지에 들어갈 수 없었다. 들어가고 싶지도 않고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도 강하게 들었다. 입구까지만 들어가고 재빠르게 나와서 사람들이 안 다닌 것 같은 숲길로 갔는데 여기도 중간에 길이 막혀있었다. 전혀 인기척이 없었고 길이 없기 때문에 가서도 안 됐지만 그만 궁금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내려갔다.

다시 내려갔더니 아까 만난 고양이와 그 새끼 고양이? 같은 아이가 있었다. 둘 다 사람이 친숙한지 다른 산책하는 사람을 보고 꼬리를 세우고 배를 뒤집고(ㅋㅋㅋㅋ)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쉼터? 같은 곳에서는 날이 시원해서 그런가 관리인 분들이 낮잠 타임을 갖고 계시던데. 여유로운 마을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렸다. 돗자리를 갖고 왔다면 나도 하늘 보다가 잠 들었을 듯. 지역 어르신들이 관리하시는 것 같아 노년층 일자리 창출에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글로는 압축해서 썼지만 킨죠댐에서는 2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다. 댐 부분을 찬찬히 보면서 여유를 즐겨서 어느덧 그렇게 시간이 간 것이다. 맞아 이런 휴일을 갖고 싶었어. 사색을 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잘 떠오르지 않았다. 있는 고민도 사라지게 해주는 멋진 풍경을 보고 있는데 생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을리가ㅋㅋㅋ 하지만 곧 배가 고파졌고 향토요리를 먹으러 갔다.

자극적이지 않은 오키나와 가정식 (이시타타미 정식) 순두부 같이 생긴 요리에는 오키나와의 전통 술 아와모리(뱀술)에 고추를 넣어 만든 향신료랑 같이 먹어보라는 주인 분 추천에 그렇게 먹었더니 색다른 맛이 났다. 두부가 향긋할 수 있구나. 아와모리는 40도 이상인데, 많이 넣으면 취할까? 싶어 신나게 넣었고 취하지 않았다.

다른 음식들도 정말 맛있었다. 특히 저 연두부 같이 보이는 쫄깃한 두부가 제일 맛있었고 디저트로 나온 팥 요리도 깔끔+달달해서 너무 좋아하는 맛이었다. 그리도 자색고구마 튀김+풀은 달달 쌉싸름했는데 고구마를 어떻게 하셨길래 이렇게 쫄깃하고 맛있는거에요ㅠㅠㅠㅠ 다른 반찬들도 하나같이 깔끔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었다. 외식이 아니라 집 밥 먹은 것 같았고 여태까지 오키나와에서 먹은 음식 중 젤 맛있었던 것 같다😋

호텔로 바로 가기 아쉬워 고갯길로 올라가 시가지를 보기도 했다. 오는 길은 길었는데 다시 돌아가는 길은 왜이렇게 짧던지. 몸이 안 좋으니 숙소에서 밥을 먹기로 하니 시간 여유가 생겼다. 근처 공원에 갈까 싶어 에어팟을 챙기려니 에그머니. 없어진 것이다. 사은품으로 받은 거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괜찮기는 무슨. 너무 너무 슬프고 화가 나려고 했다.

마음을 추스리고 공원을 나오니 날씨가 너무 좋아 강제적으로 마음이 누그러졌다..ㅋㅋㅋ 에어팟 어디로 갔을까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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