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

2019년을 마무리 하는 오키나와 여행 -7일째-

진탱 - 2020. 1. 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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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원하던 이리오모테 섬에 드디어 갔다. 

10대 때 아즈망가 대왕이라는 만화를 봤다. 아즈망가 대왕에서 주인공 일행이 수학여행으로 이리오모테섬을 간다. 
그 때 이리오모테섬을 처음 알고 가보고 싶어졌다. 일본 안의 일본을 간다! 라고 생각 했는데 직접 와보니 일본이지만 일본 같지 않은 곳, 이라는 느낌이었다. 

흐려도 비가 오지 않았다면 비닐로 가린 배가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을 것이고, 카누를 탓다면 직접 바다와 강을 건넜을텐데. 라는 후회가 많이 남는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한 나머지 아주 잠깐밖에 있을 수 없던 점이 아쉬웠다. 눈으로만 보고 끝났으니까. 내가 간 날은 비가 내렸고 바람이 아주 그냥...ㅋㅋㅋ 끝내줬다. 

비록 버스 안에서 보는 것이긴 하지만 12월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푸릇푸릇하고 높다랗게 자란 나무들이 뺵빽했다. 보는 것 만으로도 신기했다. 다음에 반드시 꼭 와서 카누도 타고 직접 맹글로브 탐색도 해야지. 잠깐 있다가 나왔지만, 이리오모테섬은 사람들이 사는 영역이 아니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따. 손님들을 가이드해주는 선장님 (배 운전, 버스 운전도 겸함)이 맹글로브를 볼 수 있는 공원에서 마지막으로 배 문을 닫기 전에 “거기 누구 계신가요?” 하고 큰 소리로 외치는 걸 보고 만약에 여기 혼자 남게 된다면 좆되는구나, 절대 사람이 혼자 어떻게 돌아볼 수 있는 곳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맹글로브 자체가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닌 자연 원형 그 자체를 유지하는 곳이니까. 건축업 때문으로 기억하는데 이시가키 섬에 있던 맹글로브를 잘라내고 없앳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맹글로브가 다 완성되려면 60년이 필요한데.. 마음 아파 하면서도 나 역시 자연을 파괴하며 살아가는 거라서 마음 아파하는 것 자체가 기만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리오모테 섬을 나와서는 바로 그 옆에 있는 유부섬 (이하 유부지마)로 향했다. 

유부지마는 물소를 타고 갔다. 
자연을 착취하고 동물을 착취하다니! 그냥 걸어갈 수는 없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왠지 꺼려졌다. 하지만 물소를 타고 저 건너로 보이는 유부지마를 보는건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유부지마로 가는 길 자체는 물소가 물 안에 있으면서 응가나 쉬도 하기 때문에..ㅋㅋㅋ 물소는 배변을 물에 몸이 잠겼을 때만 한다고 한다. 

유부지마는 섬 전체가 식물원 처럼 되어있다. 진짜 말 그대로 작은 섬이 하나의 식물원 처럼 만들어져있다. 그리고 걸어가면 맹글로브도 볼 수 있고 열대지역에서만 사는 나무를 보고 만질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직접 정글을 돌아다닌다는 느낌이 이제서야 드는 것 같았다. 

500엔을 내면 물소 체험을 할 수 있다. 소가 얼마나 착하고 잘 따르던지. 직접 만져볼 수도 있고 (별 곳을 다 만졌다. 코 옆에 살, 엉덩이, 안쪽 엉덩이, 허벅지, 발굽, 뿔.. 난리났다) 직접 소를 데리고 잔디밭도 크게 한바퀴 돌 수 있고, 여물? 볏짚?도 직접 주기도 했다. 배가 고팠는지 정말 잘 먹었다. 한번에 두 개씩 먹었음ㅋㅋㅋ 유부지마에서 제일 즐거웠던 순간 같다. 새로운 경험이면서도 어렵지 않아서 너무 재미있었다.

 

그 다음은 코하마 섬으로 향했다. 코하마섬은 버스투어로 섬 전체를 돌아다녔는데 비도 오고 섬도 작아서 버스투어로 돌아다니기 심심했다. 정말 이게 끝인가? 이렇게 끝나기엔 너무 아쉬운데, 라는 생각에 전동 바이크를 빌려서 섬 전체를 돌아다녔다. 

차도를 달렸는데 차를 1,2대 봤나? 그 중에 1대는 내가 길 헤메고 있을 때 어디가냐고 알려주기도 했다...ㅋㅋㅋㅋ 섬 전체를 쉬지 않고 돌아다니는데 거의 1시간이 걸렸다. 직접 슈가로드도 달리고, 옛날 건물 거리도 달리고, 지옥과도 같았던 고갯길도 올라가고ㅋㅋㅋ 비도 좀 맞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달리길 잘 한것 같다. 그제서야 코하마 섬의 경치와 매력이 잘 느껴졌으니까. 

너무 힘들어서 자전거를 다 타고 (전동바이크는 편할 줄 알았는데 일단 동력을 주려면 내가 페달을 열심히 밟아야 하기에 힘들긴 힘들다.) 헥헥대며 카페로 갔다. 카페에 계셨던 주인분이랑 단골로 보이는 손님이 나에게 말을 걸어줬다. 이런 식으로 지역 분들이 프렌들리 하게 말 걸어주는게 참 좋단 말이지. 헥헥대며 올라오니가 카페 계단 때문에 그런거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스레도 떠시고 헥헥 대서 말이 없으니 아 그런거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카페 주인 분 한테 자기도 계단이 높아서 여기 오기가 망설여 질 때가 있다 라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코하마 섬 바다가 에메랄드빛에 이렇게 예쁜데 겨울 바다는 탁하고 더럽다고 하셨다... 여름이 예쁘다고 함. 또 와보고 싶다. 아마 오키나와 1년에 한번씩은 오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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