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추운 한국과 달리 오키나와는 초여름 날씨였다.
여기는 겨울 날씨가 25도 정도 하는 거겠지? 미세먼지도 없어서 공기가 맑았고 바다가 가까워서 습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더위와 습기는 몸의 긴장을 도착하자 마자 녹여주었다. 출발 전 날 밤 까지는 비행기 놓치면 어떻게 하나, 허둥대는 꿈까지 꾸느라 잠을 설쳤는데ㅋㅋㅋㅋ 막상 당일 날이 되니 여유롭게 일어나졌다. 크리스마스라서 공항에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많이 한산했다. 거의 여유시간이 2시간 넘게 생겼는데 그 동안 2019년을 정리하는 글을 썼다.
마음을 정리 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다행이다. 이미 마음은 한국이 아니라 오키나와로 가있었고ㅋㅋㅋㅋ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빨리 벗어날 수 있어서 일찍 온 시간이 아깝지가 않았다.
생각보다 유이레일을 타는 관광객은 많지 않았다. 다들 버스? 렌터카를 타는 걸까.
나는 숙소가 역에서 가까운 편이라 모노레일을 탓다. 오키나와의 여러 도시를 지나며 동네 구경을 하는게 재미있었다. 그동안 많이 가봤던 일본 다른 도시들이랑은 비슷하면서 다른 것 같고. 제일 신기하다 못해 어이없는 점은 가게나 모노레일에 에어컨을 틀고 있다는 점 이었다..ㅋㅋㅋ 하긴 안 틀면 습해서 많이 더울 것 같더라.
호텔은 기존에 머물던 방이랑 다른 느낌이었다.
정말 일본 아파트? 같은 느낌의 방 이었고 겨울의 오키나와는 비수기 인지라 주차장도 많이 비어있다고 한다.
방에는 건조가 되는 세탁기 부터 (제일 마음에 듬) 욕조가 있는 낙낙한 화장실, 인덕션, 밥통 등 밥을 해먹을 수 있는 도구와 싱크대 (설겆이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냉동고가 달린 냉장고, 그 위에는 전자포트와 전자렌지까지. 정말 생활감이 많이 느껴지는 방이었다. 창문을 열면 베란다 까지 이용할 수 있어서 이 곳으로 예약하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グランスイート 新都心 이라는 호텔이다.)
체크인을 하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회전초밥을 먹으러 갔다. 일본 여행을 가면 첫 끼니는 항상 초밥을 먹게 된다.
다행히 호텔 근처에 한 접시에 100엔(!) 하는 쿠라스시가 있어서 싸게 먹었다. 5천엔을 상상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밥 값을 줄여서 이득 본 느낌이었다ㅋㅋㅋ 허겁지겁 밥을 먹으니 금방 배가 찼다. 제일 맛있게 먹은 초밥은 음... 호타테와 전복이었던 것 같다. 100엔에 이런 전복 먹을 수 없을텐데.
밥을 먹고 나서는 국제거리로 갔다. 밤이라서 그런가 생각보다 별게 없었다.
내가 오키나와 여행에서 원했던 자연 풍경이 아닌, 도심이라서 그런가? 그래도 여기서 밥을 먹거나 술을 먹거나 하면 되겠구나, 하고 동네 구경을 했던 것 같다. 걷다 보니 공원이 나왔다. 마츠야마 공원. 공원에 가서 멍 하니 앉아 있는게 좋아서 앉아있는데 다리가 간지러웠다.
이게 왠일. 12월 25일에 누가 다리에 모기 물릴거라고 생각이나 했나ㅋㅋㅋㅋ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사실 이번 여행을 홋카이도로 갈지, 오키나와로 갈지 고민 했는데 운전 연습도 할 겸 오키나와로 정했다.
하지만 그것 보다 따뜻한 날씨 덕분에 긴장이 많이 풀리고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잡생각이 사라져서 너무 좋다. 드디어 마음 편하게 멍을 때릴 수 있어서 이제야 휴식하는 느낌이 든다.
방에 돌아올 때는 바다포도와 맥주를 사서 들어왔다.
비릿하지만 짭조름한 맛이 맥주와 잘 어울렸다. 내일은 거의 100키로 넘는 거리를 달려야 하는데 잘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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