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귀어도 괜찮을까? 감상평을 본 적 있는가?
현실 레즈비언을 만화로 보고 그만… PTSD로 괴로워 하는 사람들을 한 가득 만날 수 있다.
이 만화는 완벽한 사랑을 그리지 않는다. 더욱이 많은 백합 만화가 그랬던 것과 같은 불편함이 없는 진공상태인 만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성지향성 때문에 적어도 현재는 왕따, 폭력, 나아가서는 자살과 같은 본인을 위협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캐릭터도 없다. 과거에 있던 성소수자 차별 때문에 괴로워 하는 캐릭터는 있을지언정 적어도 주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지금 그 이야기를 다루진 않는다.
작가인 타미플루 님이 밝혔던 것 처럼 연애가 시작 된 이후에 시작되는 행복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퀴퀴한 것들, 불편한 것들, 그리고 헤어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이 작품이 소중하다. 감상평에서 보는 PTSD 때문에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캐릭터가 내가 / 또는 과거 연인이 / 또는 현재 연인이 하는 것 같은 행동을 하거나 그런 이야기를 잘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보는 것을 괴로워 할 수도 있고,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본 만화에서 행복하지만 하지 않고, 그렇다고 욕망이 뒤틀린 크레이지 싸이코 레즈비언(크싸레ㅠㅠ) 단계 까지는 아니면서, 일시적인 시기의 관계가 아닌 여성 퀴어 커플의 연애를 볼 수 있는 작품은 여태까지 없었다. 있었나? 아니 없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것 뿐만 아니라 너무 좋아해서 미워하고, 사랑 까지는 아니어도 사랑할 수 있는 감정, 헤어지고 난 이후에 엉망이 되어버린 마음, 직장인과 학생의 상황 차이로 인한 갈등을 담아내고 있다. 지극히 현실적이다.
다행히 현재 이들을 둘러싼 환경은 무척 다정하다. 그래서 주인공들이 죽을 거라는 걱정 없이 그들의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읽어낼 수 있는 이 소중한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접했으면 좋겠다.
여담이지만 작가님이 비중있게 다루는 레즈비언 캐릭터들은 동물에 비유해서 캐릭터 이름과 특징을 딴 점도 하나의 포인트이다.
10권까지의 주요 등장인물은 이누즈카 미와 (이누 : 개), 사와타리 사에코(‘사’ 부분이 원숭이를 의미하는 한자임), 와시오 레이나(와시 : 독수리), 시시오 타마키(시시 : 사자) 그리고 과거에 잠깐 나오는 쿠마가이 시호(쿠마 : 곰) 까지. 이누즈카 미와를 묘사할 때 강아지 같다고 표현 하는 부분이나 사와타리 사에코의 경우 일본에서 말하는 분위기 파악이 빠르고 영리한 이미지, 시시오 타마키의 첫 등장 장면에서 혼자 고독하게 있는 장면은 사자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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